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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제목 2017년도 선정작: 다음 계단을 꿈꾸다
작성자
작성일자 20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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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계단을 꿈꾸다

사회복지학과 15학번 이문기   






    누구나 노인이 된다
  내가 유독 노인에 관심을 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렸을 적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응석을 부리고 싶을 때나 살아가며 조언들이 필요했던 중요한 시기에 아버지가 계시지 않다는 게 그렇게 아쉬울 수 있었다. 결혼 후에 아버지라고 따랐던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는 두 번째 아버지를 잃은 것처럼 슬펐다. 그 때부터였을까. 노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노인은 어디에나 있으며 나도 언젠간 노인이 될 거였다. 공무원의 근무연수가 연장이 되어 조금 더 늦게 노인의 반열에 들게 되겠지만 영원히 오지 않을 순간은 아닐 거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삶이 무의미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매스컴에서 노년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점 때문이었다. 나는 청년실업보다 노년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텅 빈 시간과 적은 돈, 심지어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쉽게 문제가 되는 것이 노년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시 해보고 싶다. 타산지석에 가깝지만 어찌됐건 나는 부모님을 보고 내 가정의 울타리를 강하게 만들어야 외부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아버지는 기술자셨는데, 정작 가족의 집을 만들어주지 못하시고 떠나셨다. 좀 더 이 세상에 계셨더라면 분명 만드셨을 테지만 어찌됐건 운명이 그랬다. 홀로 남아 가정을 위해 고군분투하시던 어머니를 보며 내가 내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시작한 게 2000년도에는 속초에 집을 지은 일이었다. 세 딸과 세 사위, 그리고 어머니가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에 20명이 넘는 사촌모임도 거뜬한 크고 시원스런 집이었다. 그 때 이미 내 미래는 스케치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이 편안이 쉴 공간을 만드는 것처럼, 미래에는 노인과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리란 것을. 그리고 나는 그런 미래를 위해 늦은 나이에 명지대 사회복지학과에 들어왔다.
 
 
    다음 계단을 꿈꾸다
  천성이 적극적이라 학교에 오고 나서 인간관계부터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1학년 때에 멋모르고 4학년 강의실에 찾아가 자기소개를 하고 나오기도 했다.(주목적은 선배들이 받을 수 있는 행정적 혜택을 공무원으로서 알려드리는 일이었다) 지금도 학교에서 행사를 했다고 하면 무조건 참석을 하는 편이다. 또 동시에 수업에 잘 따라오지 못하거나 시간이 없어 공부를 못 하는 동생, 형님들에게 내가 나름대로 만들어 놓은 족보를 찔러주기도 한다. 욕심이 많아서 공부도 잘 하고 싶고 학우관계도 좋고 싶은 마음에 사실 이래저래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기도 했다. 사람 마음이 어떻게 다 나의 뜻대로 되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이 내 학교생활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대학 생활 그 이후의 학업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다. 대학원이란 관문이 내 앞에 있다. 누군가는 이미 내가 충분히 배웠다고 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실습을 하며 우리나라의 사회복지현실을 깨닫고 나서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사회복지 시스템은 프로그램 중심적이다. 다르게 말하면 복지 대상자의 권리보다는 그들이 받을 프로그램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청소를 하더라도 복지 대상자에게 동의를 구한다. 만약 개인적인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문을 닫고 나가는 게 상식이다. 그것이 치매노인이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어떤 프로그램이건 복지 대상자를 무조건 다 참석시키고, 자리를 억지로 자리를 지키게 한다. 그건 복지 대상자의 즐거움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프로그램을 위한 프로그램일 뿐이다. 만약 내가 대학에 오지 않고 그저 복지사의 꿈만 꾸었다면 이런 현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배우게 되면 나는 무엇을 더 알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나는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 대학원에 간다면 퇴직을 할 때까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바쁘게라도 다음 단계에 올라가보고 싶다. 마음이 급한 요즘이다.
 
 
    텃밭 가꾸기
  퇴직을 하면 나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자연스레 노인이 될 것이다. 그 때는 강원도 속초로 내려갈 생각이다. 나의 노년은 나의 이익보다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내 꿈은 속초에 복지회관을 설립하고 운영 하며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설사 치매에 걸린 어르신이라 할지라도 웃으며 젊은이들과 함께 일궈나갈 수 있는 텃밭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한 곳이겠는가. 또 젊은이들도 어르신들을 보살피며 좋은 기를 받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내 공부는 그 때 내가 최고의 능력으로 최선을 다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어르신들도, 봉사자들도 행복한 그 공간을 상상하면 지금의 노력과 고생도 전혀 아깝지 않다. 그리고 나 역시 그 곳에서 노년을 보낸다면 더는 소원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