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 마침내 꿈을 이루다

  사회복지학과 4학년 오창록   

 올해로 벌써 내 나이가 59세가 되었다. 평소 나이로 무언가를 규정하거나 제한하지 않고 살아왔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치던 나이기에 가끔 내 나이가 몇 살인지 떠올리게 되면 ‘내가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하고 놀라곤 한다. 나는 두 딸을 둔 아빠이고, 직장에서는 임원으로 재직 중에 있다. 나는 33년 전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고, 낯선 삶의 터전에서 정착하여 뿌리 내리기 위해 젊음을 온전히 바쳤다. 그러다 50세를 넘기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왔고, 배움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여러 상황들과 타협하면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꽤 오랜 시간을 망설여야 했다. 나는 그 동안 다양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취감을 갖고 살아 왔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과 항상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학업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새벽 일찍 잠을 깨어 묵상하며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 때 ‘이제라도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러던 중 명지대학교 재직자전형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학교에 문의하여 내가 응시할 자격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 기쁨은 말로 헤아릴 수 없었다. ‘아, 하나님께서 나의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헤아리시고 학업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셨구나.’라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날 밤, 가족들에게 학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계획을 알렸다. 감사하게도 가족들은 모두 나를 응원해 주었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아빠로서 아내와 딸들에게 끊임없이 노력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 밀려왔다. 한편으로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나 꿈꿔왔던 일인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시작부터 두려워한다면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가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지금 현재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입학을 목표로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였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입학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을 진행하시던 교수님께서는“명지대학교를 선택하고 지원하여 주셔서 학교를 대표하여 환영하며 감사드린다.”라고 먼저 인사해 주셨고, 그 첫 마디에 두렵고 떨리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편안한 마음으로 면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도 과연 합격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명지대학교 로고가 찍힌 편지가 배달되었고 우리 가족은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오창록 학부모님 귀하’라고 적힌 편지가 배달된 것이었다. 가족들은 나의 학부모가 누구냐며 웃었고, 이제 학업을 시작할 수 있음에 함께 기뻐하였다.

나의 삶에 대학생활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나는 대학을 통해 가치 있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을 실천하자 라고 다짐하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회사에 어떻게 알려야 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학교 수업은 매주 수요일 야간과 토요일 종일로 진행이 되는데 수요일 야간은 회사를 마친 후 가면 되지만 토요일은 한 달에 두 번 회사에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회사 업무에 대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나에게 찾아온 기회를 날려 보낼 수는 없었다. 회사에 대학에 가게 되었다고 말씀을 드리자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리셨는지 “사이버 수업도 있지 않느냐”,“그 나이에 쉽지 않을 텐데…”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셨다. 나는 캠퍼스에서 학우들과 공부하고 싶어 선택하였고, 최선을 다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대학을 다니기로 결정한 이후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였기에 이제까지 참여해 온 여러 가지 모임들을 학업을 하는 동안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양해를 구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대학생활의 첫 수업이 있던 날, 37년 만에 강의실에 앉은 나는 참으로 가슴이 벅찼다. 교육의 기회를 다시 갖게 되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그러나 과연 젊은 친구들을 따라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고, 교수님의 강의가 귀에 들어오지 않아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나비로 변신하려면, 일단 번데기가 되어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번데기가 되기 위해 책상에 앉아 집중하여 책을 보는 연습부터 시작하였다.

나는 대학에 입학하여 수강한 여러 수업을 통해 사회복지학과는 사람을 배우는 학문이라는 사실에 깊은 매력을 느꼈고, 이러한 학문을 더 일찍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조금 늦은 나이에 새롭게 시작한 사람에 대한 탐구는 나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고, 배운 내용을 실제 생활에 적용해 보면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옛말에 ‘공부도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보통 이 말을 젊을 때 공부하라는 말로 흔히 사용하지만, 나에게 ‘공부할 때’란, 가장 공부하고 싶다고 느낄 때인,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과정 중 영어과목이 가장 힘들었지만, 나의 절대적 지원군인 둘째 딸에게 자문을 받아가며 최선을 다했다.‘인간행동과 사회환경’,‘노인복지론’은 가장 큰 관심과 애착을 가졌던 과목이다. 이 수업을 통해 인간의 전 생애를 통한 삶을 배우는 것과 앞으로 다가올 노년의 삶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학교생활을 즐겁게 보내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시험기간이 되면 우리 집은 비상사태가 되었다. 학업과 직장을 병행한다는 것이 녹록치 않았고, 시험기간은 스트레스로 예민해지곤 하였다. 가족들에게 짜증을 자주 내면, 가족들은 내가 시험 기간임을 직감하였다. 대학은 내가 다니는데 가족까지 학교에 다니는 꼴이다. 힘들었던 나의 학업생활에서 가족들과 회사 직원들은 일등 공신들이었다. 학우들과 교수님들과 함께 한 1박 2일 첫 MT는 대학생활의 낭만을 즐기며 멋진 추억을 만들게 해 주었다. 밤을 지새우며 나눈 교수님과의 진지한 대화는 대학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명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2012년 첫 개설된 학과로 내가 제 1회 졸업생이 된다. 같은 학년 중 나이가 가장 많은 나는 과 대표로 지명을 받았다. 과 대표는 젊은 학우들이 하는 것이고 나이 들어 앞에 나서는 것은 주책이라고 생각되었지만, 결국 수락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막막하였지만 나에겐 열정이 있지 않나? 하면 된다! 누군가는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라고 다짐하였다. 그렇게 나는 사회복지학과의 첫 과 대표이자 제1대 학생회장으로서 선출되었고, 학우들이 명지대학교 사회복지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미래의 후배들을 위한 토대를 잘 닦아 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는 전 학년 남이섬 MT, 교정에서의 삽겹살 파티, 학교축제 주점, 고졸재직자특별전형 학과 공동학술제, 사회복지학과 홍보의 밤, 신입생 환영회 등을 준비하고 참여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는 나의 자녀 나이와 비슷한 타 학과 학생대표들과 적극적인 교류를 하며 사회복지학과를 홍보하는 데 힘을 쏟았다. 처음에는 학교 내 타학과 학생들이 우리학교에 그런 학과가 있냐고 묻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사회복지학과를 부러워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자긍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모든 학우들의 관심과 적극적 참여에서 나온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물론, 직장과 학업 병행으로 힘들고 지친 시간을 쪼개어 진행하는 것이 녹록치 않았고, 때때로 의견 차이를 보이는 학우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후배들을 위해, 사회복지학과를 더 좋은 학과로 만들기 위해 의미 있는 흔적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였다. 결국 모든 학우들이 좋아하게 되었고, 이러한 활동들은 학우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준 계기가 되어 참으로 기뻤다. 특히 학교 축제에서 사회복지학과 주점을 운영하여 얻은 첫해 수익금 140만원과 두 번째 해 수익금 200만원을 사회복지학과 발전기금으로 기부한 일은 학교 내의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큰 뜻을 가진 학우들이 공부의 기회를 준 학교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을 다시 발전기금으로 내놓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사회복지학과의 발전을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이러한 모든 활동들이 사회복지학과의 전통으로 자리매김 되리라 확신한다. 또한, 학교 내에는 재직자전형 학과들의 과방이 있었지만, 물품창고로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쉬워 학생회장 출마당시 공약으로 과방 리모델링을 약속하였다. 이후 2015년에 나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발전기금을 기부하였고, 멋진 휴식 공간, 회의 장소, 동아리 장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멋진 과방이 탄생하였다. 과방이 학생들 간의 소통과 사랑방으로, 친교의 요람으로 잘 활용되리라 기대한다.

이제 어느 덧 7학기가 지나고, 졸업까지 한 학기만을 남겨두었다. 50% 장학금 혜택으로 학업의 기회를 준 명지대학교에 감사하고. 만학도로서 모난 부분을 잘 다듬어 주시고 가르쳐 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뒤돌아보면 학교와 직장을 오가며 시간에 쫓기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온 내가 대견스럽다. 직장에 눈치 보며 학교로 걸음을 옮기며 마음 졸였던 시간들, 동료 학우들 간 때때로 있었던 의견차이, 외워도 외워도 외워지지 않아 걱정이 가득했던 시험, 직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휴학을 고려했던 일, 가족들의 과대표 반대 등 그 동안의 일들이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지금,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지금 나는 값진 대학생활을 통해 성숙한 학생이 되어 있다고 자부한다. 학교에서 새로운 삶과 인생에 대해 배웠다. 나의 존재가 세상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무엇이 된다면, 나는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또 내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예비 사회복지사로서 자긍심을 갖고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더 좋은 학과로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