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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제목 2017년도 선정작: 공무원의 버킷리스트
작성자
작성일자 20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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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버킷리스트

사회복지학과 14학번 이현경   







    공무원의 버킷리스트
  1986년도 26살 때부터 공무원 생활을 했다. 가정의 크고 작인 수난사에도 내 직업 덕분인지 지금은 아이들도 다 장성해 제 길을 가고 있다. 살아오면서 공무원을 그만두려던 순간도 있었다. 집만 마련하고 나면 그만둬야지. 한때는 그렇게 다짐했었지만 막상 집을 마련했을 땐 집안에 문제가 생겨 오히려 끝까지 이 일을 해야 안정적으로 내 가정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달려 온지 약 30년, 정년을 고작 6년 앞두었을 때였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고민하던 중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 단연 맨 처음에 오는 항목은 바로 공부. 대학이었다.
어렸을 적에 공부를 못했던 건 아니었지만 내 꿈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은행이었다. 20살 어린 나이에 나는 유니폼을 단정하게 입은 은행 직원들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도 있었다. 당시엔 상업 고등학교를 나오는 게 은행에 취업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그러나 졸업을 할 즈음 성적순으로 취업을 시키다보니 학교에서는 성적이 좋은 나를 마침 모집공고가 난 일반 회사에 성급하게 취업을 시켜버렸다. 그렇게 대학에서 한 발 멀어지고 공무원이 된 후엔 또 한 발 멀어지고. 그러나 당시엔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것이 크게 아쉽지 않았다. 공부는 때가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내 때는 그 때가 아니었다. 바로 지금이었다.
입학 전 나는 은평구청 자원봉사 팀장을 하며 퇴직을 해도 자원봉사를 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만 하던 중이었다. 그런 시기에 학교에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으니 사회복지과를 고른 것은 너무나 당연히 선택이었다. 자원봉사 팀에서 3년을 근무했으니 프로그램 기획과 관리, 진행까지 해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내가 부족한 건 이론이었다. 그리고 그건 역시 학교가 아니면 채워줄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럴 수 있어
  아는 만큼 보인다. 학교를 다니다 보니 그 말이 얼마나 잘 들어맞았는지 모른다. 배움의 가치는 사고를 넓히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사회복지학과의 특성 상 상당히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된다. 그 때마다 그들을 감정적으로 대하는 대신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만큼 배워놨으니까. 그러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그 말은 학교 내의 인간관계에서도 통한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나는 교수님들과 동기들에게 얼마나 많은 격려를 얻었는지 모른다. 반대로 나 역시 여러 사람들 대할 때, 설사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사람이라 할지라도 배려하고 먼저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학교에서는 나이와 직급이 위아래를 가르는 게 아니기에. 특히 교수님들께서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우리를 이해해 주셨을 때가 생각이 난다. 많은 나이 때문에 뭘 배워도 자꾸 잊어버리는 우리들을 위해 ‘지금 알아듣는 게 중요하다. 알아들었다면 된 거다’라고 말해주셨던 일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 스스로에게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하기까진 쉽지 않았다. 첫 중간고사 때였다. 공부에 손을 놓은 세월이 자그마치 30년이었다. 반 페이지를 이해하는데 반나절이 걸렸다. 나는 내 자신에게 쇼크를 먹었고 꽤 절망했다. 20대들을 넘어서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따라갈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때도 교수님들은 말씀하셨다. 단어 하나를 외워도 29번을 반복해야 한다. 그러니 더 해라. 그럼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게 말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나는 그 첫 시험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 신기한 것은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져 나중에는 스스로에게 답답한 마음까지도 사라질 정도였다. 나는 결국 그 시험에서 과 2등을 해냈다. 장학생까지 되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요즘도 격무로 인해 충분히 공부를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땐 잠을 줄이곤 하지만 속상한 건 속상한 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가 가야 할 길인 것을. 나로선 학교에서의 남은 시간을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보낼 뿐이다.
 
 
    내어주기
  요즘은 은퇴 후의 삶을 꿈꾼다. 연금이 있으니 더 이상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생각은 없다. 특히 봉사하는 삶은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봉사란 내 것을 오롯이 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시간, 내 힘, 내 마음 모두. 대가를 바라는 봉사자는 그저 초심을 잃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내가 먼저 나서서 실천하는 봉사자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
물론 내 남은 인생이 모두 봉사를 위한 건 아닐 것이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나름의 스케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내 미래의 중심엔 봉사가 있다. 그리고 그 주위로 더 깊은 공부를 위해 한 걸음 더 내딛을 계획, 나름대로 배우고 싶은 것을 찾아낼 여유, 좋아하는 운동을 할 준비, 더 열심히 교회에 다닐 열정있 있다. 물론 가족을 위한 시간도 잊지 않았다. 그 계획들의 교집합은 하나다.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가는 삶. 나는 요즘 사회교육학과와 함께 그런 삶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