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에 쓴 졸업앨범

사회복지학과 4학년 오화자   

오늘은 토요일! 명지대 사회복지학과 삼겹살 데이~ 하루 종일 수업을 하는 토요일이지만 점심시간에 모든 학년이 운동장 한쪽에 있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교수님들과 함께 삽겹살을 구워먹는 날이다. 매년 하는 행사이긴 하지만 4학년이 된 나는, 운동장에 앉아서 바라 본 명지대학교 건물 꼭대기에 하늘과 어우러져 있는 명지대학교 간판이 또렷하게 가슴 속에 스며드는 날이기도 했다. 그것은 처음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했던 내가 벌써 4학년이 되어 많은 후배들이 생겼고, 그리고 한 학기 후면 이 교정을 떠나 추억으로 남겨질 시간임을 알기에 오늘의 추억도 소중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처음 아이들 선생님으로부터 명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재직자특별전형 모집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많이 망설였었다. 오십이 다 되어버린 나이의 장벽과, 내가 새롭게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먼저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접을 시작으로 나의 희망찬 학교생활을 꿈꾸게 되었다. 면접위원이셨던 교수님께서 면접을 마친 후 내게 “명지대를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은 내게 용기와 잔잔한 감동을 주었고, 이미 나의 마음은 대학생활의 시작을 꿈꾸고 있었다. 이렇게 명지대의 재직자특별전형은 3년 이상 재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대학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전형으로, 젊은이들에게는 포기하고 있었던 대학진학의 꿈을,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이모작을 꿈 꿀 수 있는 전형이다. 나는 그렇게 명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1학년이 되었고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친구들이 함께 모이게 되었다.

합격통지서와 함께 2012년 3월 나의 1학년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가 나이가 가장 많을 것이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고, 20대 학생부터 얼마 있으면 환갑이 되는 분들까지 진학의 꿈을 꾸는 분들이 모두 모인 학교였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처음 접해보는 느낌 같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많은 학생들이 그렇듯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암기를 해야 하는 부분은 외워지지 않았고, 오랜만에 하는 공부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자 우리들은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서 정보를 공유하였고, 부담으로 다가오던 영어 공부는 해석 부분을 서로 나누어 공부하는 등 협동 작전까지 마련하면서 서로를 의지하며 공부를 시작했다. 때때로 공부가 힘들어서 중도에 포기하겠다고 누군가 문자를 남겼을 때는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수백 통이 넘는 문자들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그렇게 우리는 4학년이 되었다.

물론 지금은 학생들 모두가 공부의 달인이 되어서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되었고, 중도에 포기하기 보다는 얼마 남지 않은 졸업을 기다리고 있는 4학년이 된 것이다. 우리는 대학에 오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의 시간들을 만끽하기 위해서 방학 때는 모두 부산여행을 훌쩍 떠나기도 했고, 매년마다 엠티를 떠났으며, 지금도 졸업여행을 계획하느라 단체 대화방은 여전히 분주하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다른 스케줄로 가득 찼던 나의 스케줄에는 이제 학교의 일정이 중심이 되었고, 이렇게 나는 오십이 되어서 나만의 “인생 시간표”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은 직장과 가족의 일정대로 움직였던 나의 일상이 이제는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나의 주변이 나의 시계를 축으로 움직이게 되었다는 것이 대학생활 4년에 얻은 나의 큰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마지막 대학 생활을 남겨두고 있다. 이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임을 알기에 남은 마지막 학기에는 학교 교정에 있는 노란 은행나무 밑에서 학우들과 사진도 함께 찍고 싶고,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맘껏 즐겨야겠다는 생각이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내 인생에 나 자신을 위해서 달려온 4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남은 학기를 잘 마무리 하고 학우들과의 소중한 추억도 많이 쌓고 싶다.

50이 넘어 시작한 4년의 대학생활이 눈으로 보이는 무엇을 많이 남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동안 내가 가족을 위해 살아 왔다면, 이제는 나만의 인생을 위한 시간을 위해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이다. 또한, 대학생활이 디딤돌이 되어 대학원에 가서 더 깊이 공부를 해 보고 싶은 희망찬 내일을 꿈꾸게 되었다. 도전이 두려웠고, 두 아이의 엄마와 아내의 역할로 또 다른 일은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직장과 집을 오가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내 인생이었지만, 명지대를 오면서 이제는 내 인생의 꿈을 꾸고 있고 인생 이모작의 준비를 위해 오늘도 나만의 곳간에 벼를 쌓듯이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방학이 너무 좋은 대학생이지만 낭만과 활기가 가득 찼던 캠퍼스를 기억하며, 학교의 축제 그리고 엠티의 추억과 함께 했던 학우들과의 소중한 추억들이 내 인생에 한 권의 앨범이 되었다.